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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몽의 하루

어느 맘 약한 자의 방백 본문

[글]쓰기/생각나는대로

어느 맘 약한 자의 방백

sound4u 2011. 1. 1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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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때부터(실은 그저께 저녁때부터) 가슴 한켠에 커다란 돌덩이를 매달아놓은거처럼 무거웠다. 지금도 쫌 무겁다. 아주 어렵게 시작한 일이 있는데, 겨우 무엇무엇 때문에 어렵게 시작한 그것을 포기하고 떠날까 말까 망설이고 고민하는 내 자신을 본다. 당장 대놓고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욕을 먹기 싫어서다. 근데 내가 떠나서 다른 것을 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몇시간째, 하루 넘기고 이틀째 생각 중인데 뾰족한 방법이 아직까지 생각나지 않는다. 
밤에 악몽을 꾸고 속이 잔뜩 상한채로 일어났다. 어지럽고 눈도 잘 떠지지 않았다.

내가
맘이 약해서 그런건가? 원래 약한 사람한텐 더 죽어라 죽어라 하는 모양일지도 모르겠다. 이겨내야할텐데. 하나 넘으면 또 하나가, 그것 넘기고 나면 또 다른 것이 너 한번 죽어봐라 하고 계속 찾아온다.
흥! 이까짓꺼.. 하고 콧방귀 한번 뀌고 털어버릴 수 있는 그런 멋진 사람이 아닌게 슬프다.
그래서 슬프다.

종류만 다를뿐 늘 크고 작은 벽앞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넘을 수도 있고 무너질 수도 있고 그런 벽들.
근데 넘거나 무너지거나 지나갈수록
나는 점점 더 크고, 더 험하고, 더 견고해진.. 때론 무시무시한 벽앞에서 서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에서도 희망은 조금 있다.

이번엔 어떻게 넘을 수 있을까?
이건 또 어떻게 해결이 될까? 그리고 지나갈까?
나뭇잎 달린 나뭇가지 꺽어서 할까/ 말까/ 할까/ 말까.. 그렇게 이분법으로 단순히 나눠서 선택할 수 있는 그런 단순한 종류의 것이 아닌게 답답하다. 뭐 이래 복잡해?

아마 못 떠나겠지. 내가 시작한 일이니까.
그럼 이중고에 시달려야 하는건가. 구체적으로 누구랑 싸울건지 어떻게 싸울건지를 생각해야 하는건가? 지금은 다짐하고 결심하는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것도 지나가긴 지나가겠지.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베르톨트 브레히트 - <살아남은 자의 슬픔> (1944년) 

"에구구.. 죽겠네 죽겠네" 이게 진짜 죽고 싶다는 말이 아닌,
'내가 힘들지만 살고싶네'라는 치열한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면..
약해서 죽겠다는 내 말이 반대로, 강하게 잘 살고 싶다는 뜻으로 해석되었으면 좋겠다.

(방백Aside은 극중 인물이 관객에게 던지는 말로 무대 위에 같이 있는 다른 배우들은 듣지 못하는 것으로 약속이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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