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몽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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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 병원 퇴원 후.. 트라우마와 싸우다
퇴원 후 집에 왔다. 집에 온지 며칠 됐다.
처음 집에 온 날은 어질어질 기운도 없었지만, 내가 병을 퍼뜨려 남편과 아이는 보호소에 있는데 나만 먼저 온 것이 미안해 한참을 울었다.
누가 뭐라 안해도 자책감에 시달렸다.
그 다음날은 정신차리고 빨래며, 가방 정리며, 집안 청소를 했다.
작년에 아파트 우리 동에 확진자가 나왔다는 이유로 2주간 격리상태로 지냈던 생각이 났다. 이후로 어린이집 보냈더니, 목덜미에 열이 높다는 이유로 (생각해보니 웃기지만) 아이를 데려가라고 했다. 은근히 차별당하며 부글부글했던 생각이 났다. 같은 라인에 확진자가 있을 때도 그랬는데...
가족 전체가 양성 판정을 받아 병원, 보호소로 갔으니.. 일상으로 복귀했을 때 당할 차별을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리고 내 예상은 적중했다.
유치원에서는 돌려돌려 말하며, 사람을 힘들게 한다. 퇴원했다는 사람한테 원비 운운했다. 그 다음에는 그렇잖아도 2~3주 후에 보내려고 했는데, "격리해제 확인서" 그런건 상관없으니 코로나 재검사 받아서 음성 나오면 보내란다. 틀린 말은 없다. 다 이해하고 인정은 한다. 하지만 사람이 '인지상정'이라는게 있다.
하긴 이런 일 안 당해봤으니 뭔 남의 생각하고 하겠는가?
그냥 늦게 좀 보내라. 아니면 차라리 그만 둬달라.. 그런 말을 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나중에 등원했을 때 아이가 혹시 받을지도 모를 차별 또는 내가 다시 겪어야할 무시나 모멸감 그런 것이 두렵다. 미리 두렵다.
3주만에 출근한 남편은, 회사 익명게시판에서 악플 비슷한 글을 여럿 본 모양이다. 평소 쌓인 감정을 이번 일에 담아 풀어냈겠지.
출근하니 빈정대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했다.
미안했다.
이래서...
트라우마 상담 받으라고 문자가 여러번 온건가보다.
이런 지경인데, 요새 뉴스에 '위드 코로나' 운운하는거 보면 피가 쏫구친다. 진짜 모르는가? 차별이나 모멸 같은거.
누구는 걸리고 싶어 걸렸냔 말이다.
미리 고민하지 않고, 그냥 닥치는대로 해쳐나갈 생각이다.
한 5년쯤 뒤에는 오늘을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겠지.
코로나랑 같이 사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더라도, 어느 댓글에 나온 것처럼 코로나 걸려서 고생한 사람들은 많이 조심하며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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