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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몽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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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 병원 입원했을 때 같은 병실의 환자들

sound4u 2021. 9. 18.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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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 병원 입원했을 때 같은 병실의 환자들

 

이게 벌써 한달 전 이야기라니..
시간 참 빠르다.


병원 입원했을 당시에는 아프고 힘들어서 글 한줄 쓰기가 버거웠다. 그래도 머리 속으로, 나중에 정신 좀 들면 꼭 써야지 했던 이야기가 있다.

바로 같은 병실에 있던 환자분들에 대한 이야기다. 4인 병실에 10일동안 있으면서 만난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




새벽 4시반 불켜고 옷장 정리했던 환자분
입원한 다음날 새벽 4시반에 갑자기 앞자리 환자분이 보조불을 켜고 부시럭부시럭 옷장 정리를 하시는거다.
어리둥절하면서 불쾌했다. 알고보니 그날 퇴원하시는 분이었다. 당시에는 이해가 안 됐는데.. 막상 내가 퇴원 날 받아놓고 보니 이해가 됐다.
병원 입원 처음 하셨나보다. 아무리 일찍 퇴원해도 11시 이후인데.. 새벽 4시반. 오버다. 남은 환자들은 어쩌라고.


트로트 사랑, 기침이 심해져 호흡 보조기까지 끼셨던 환자분
이 분에 대해선 할 말이 많다.
새벽 4시반부터 준비하고 가신 환자분 자리, 다시말해 바로 내 앞자리에 오셨다.

저녁 늦게 오셨는데, 밤새 내내 한숨도 못 주무시고 계속 기침을 했다. 나도 같이 못 잤다. 기침을 한참 하고나서 "아이고~ 아이고~" 하셨는데, 그 소리에 간신히 든 잠도 깼다. 하필 슬슬 아파지기 시작한 날이었다.

기침을 꽤 오래하셨다. 밥도 잘 못 드시고.
결국 호흡곤란이 와서 산소호흡기 비슷한걸 끼셨다.
운동하는게 좋다고 하니, 병실을 왔다갔다 많이 하셨다. 운동한다고 왔다갔다 하다가 갑자기 병실 벽을 막 손바닥으로 쳤다. 밤에 갑자기 일어나서 박수도 치셨다.

트로트를 엄청 좋아해서, 큰소리로 스마트폰 동영상을 켜서 트로트를 들으셨다. 음압기에서 나오는 소음 소리를 뚫고 트로트 음악소리가 들렸다. 아침방송도 크게 틀어놓고 보셨다. 죄없는 이재성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그렇게 싫었다.

남편도 한참 힘들 무렵, 나도 많이 아플 무렵에.. 병실에 환자가 아줌마랑 나랑 2명이었다. 남편과 전화하다가 감정이 격해져서 힘든데, 트로트를 크게 틀어놓고 춤을 추고 계셨다. 말이 탁 막히다가, 할 수 없이 말했다.

"저기. 죄송한데요. 지금 저희집 상황이 안 좋아, 전화를 해야 되서 그런데 소리 좀 낮춰주세요."

라고 했지만..
여전히 음악소리. 휴..

나날이 기침이 잦아들긴 했지만, 기침하면 침을 칵.. 하고 쓰레기통에 뱉었다. 나 퇴원할 때까지 계속 계셨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랑 밥 먹다가 확진됐다고 하셨다. 친구를 나쁜 X이라고 했다.
생활보호센터에 있다가 기침이 심해져서 병원에 오셨다고 한다.





 

폐렴 + 저혈압 + 20일 입원 아줌마
말을 해본 적 없다. 계속 누워 있다가 갑자기 퇴원하셨다. 20일쯤 입원을 했고, 폐에 염증이 있었다고 했다. 혈압이 낮아졌다고 하던데..
그냥 퇴원을 했다.


폐렴 증세 있었지만 유쾌했던 보험사 아줌마
내 옆 빈 침대에 나보다 하루 늦게 온 환자분이었다. 폐렴 증세가 있어서 처음에는 누워만 계시다가 나아졌다.

백신 1차 접종을 받으셨는데 코로나에 걸렸다고 한다. 남편분이 택시기사이신데, 손님한테 옮았다고 한다. 그래서 가족에 병이 다 퍼졌다고 했다.

처음에는 보호센터에 있다가, 폐에 염증이 발견되서 병원으로 오셨다고 한다. 다부진 체구였는데, 식사도 잘하시고 금방 좋아지셔서 5일만에 퇴원했다.

유쾌하고 정도 많고 좋은 분이었다. 자기 때문에 회사에 병이 퍼져서 미안하다고 했다. 보험설계사라고 하셨다. 회사에서는 한달 더 쉬었다가 나오라고 했단다.



93년생 프로그래머, 회사에서 일하라고 노트북 붙여줄 뻔함
보험설계사 환자분 퇴원하고 그 뒤에 온 젊은 아가씨. 93년생이란다.
회사에서 일하라고 노트북 보내줄 뻔했다.

물어보니 컴퓨터 프로그래머라고 했다. 각종 알바를 하다가, 교육센터에서 6개월 프로그램 공부하고 취직했단다. 취직 3개월만에 앞자리 기침 심한 이사님 때문에 아파서 검사를 갔는데, 코로나에 걸린걸 알게 되서 보호센터 갔다가, 폐에 염증이 확인되어 병원에 왔다고 한다.

왠지 반가워서 비닐커튼 사이에 두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옛날에 내 생각이 나서 뭔가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71년생? 72년생? 무증상 아줌마, 군대 갔다온 이들까지 대학생 아들 2명 있다고 함
20일 있다가 조용히 가신 환자분 뒤에 들어온 환자. 무증상이었다. 회사에 누군가 우연히 코로나 검사를 받았는데 무증상이어서, 전수검사를 했더니 사무실에 9명이나 무증상 환자였단다.

만으로 49살이라고 써있었다.
아들이 2명 있는데, 둘다 대학생에다가 한명은 군대갔다왔다고 한다. 나랑 1~2살 차이나는데.. 엄청난 차이가 느껴졌다. 내 딸은 5살.


2주차에는 밥먹기 힘들었다.

 

삼시세끼를 죽으로 버텼던 2주차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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