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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몽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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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회사 다녔으면 좋겠어 [얼룩소 갈무리]

sound4u 2023. 6. 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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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소에 쓴 글을 갈무리합니다.
2023년 6월 7일


 

제목 : 엄마가 회사 다녔으면 좋겠어 [얼룩소 갈무리]

 

무심결에 던졌던 말이, 다시 나에게로 툭... 하고 굴러왔다. 딸의 입을 통해... 반성했다. 어떤 상황이든 내 자신에 대한 자긍심과 자부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엄마가 집에 있으라 그러고
10살쯤 되면, 나가서 돈 벌어오라고 해요.

오늘 치료 받은 병원, 점심시간에 열심히 청소하는 로봇 청소기를 봤다. 기특해서 잠시 자리를 피해줬다. ⓒ청자몽

초고령 임신과 출산을 한 나는, 도움 받을 곳이 없었다. 이미 양가 어머님들은 80에 가까우셨고, 많이 아프셨다. 친정어머니는 당시 4살짜리 조카(남동생 딸)을 보고 계셨다. 

그래서 한동안 도우미 이모님의 도움을 받았다. 이모님은 나보다 2살 많으신 젊은 분이었다. 당시 초등 5학년, 중학생, 고등학생의 삼남매를 두신 어머니셨다. 원래 전업주부이셨는데, 뭘해볼까? 고민하다가 아이 돌보미를 하게 되셨다고 한다.


"애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한 10살 이하일 땐, 엄마가 집에 있으면 좋겠다고 해요. 챙겨주고 간식도 주고 같이 있으면 좋다고. 그러다가 10살이 넘으면, 나가서 돈을 벌어오래요. 돈이 더 좋다고.. 자기네가 알아서 살테니 용돈을 달라고 하더라구요."


그렇군요.
요즘 초등학생들은 그러군요. 하며..
멀지 않은 미래에는 나도 뭔가를 하긴 해야겠구나. 막연히 생각을 했다. 그런데 뭘한다지? 라고 아이가 태어난지 얼마 안 됐을때부터 생각한게, 아직도 고민 중이다.




"엄마가 회사에 다녔으면 좋겠어."
라고 아이가 말했다.

며칠 전에, 무슨 일이 앞뒤로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이가 불쑥 나에게 말했다. 엄마가 회사에 다녔으면 좋겠다고..

아. 7살(만 5세)인데 벌써? 이런 말을 하는구나. 드디어 그 때가 온건가? 하고 충격을 받았다. 왜? 왜? 엄마가 회사 갔으면 좋겠어? 라고 물으니, 아이는 몰라요. 라고 했다.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돈을 아껴 써야한다고 해서일까? 간식을 덜 사줘서? 책 안 사주고 요새 도서관 가서? 샤랄라 옷은 안 된다며, 있는거 잘 입자고 해서? 그나저나 아이는 돈을 모르는데.. 뭐지? 다른 친구들 엄마가 회사 다녀서 부럽나? 내가 창피한가? 

얼씨구나 하고 저 밑바닥에 있는 열등감들이 마구마구 터져 나왔다. 아이도 아는거지. 집에서 있는 엄마가 한심하단걸.. 아. 한심하다. 한심함을 꾹꾹 누르며, 아이에게 이리 와보라고 했다.

다시 한번 물었다. 왜 엄마보고 회사 가랬어? 몰라요. 엄마가 회사 다니면 좋겠어? 몰라요. 아이는 구체적으로 답을 하지 못하면 모른다고 한다. 주로 답을 피할 때 그런다. 



"엄마가 회사 다녀서 돈을 벌어도, 그래도 지금처럼 할꺼야. 돈이 더 있다고 막 쓰면 안 되거든. 돈이 더 생기더라도, 잘 아껴두었다가 더 보람있는 곳에 써야지. 예를 들면, 나중에 새콤이 대학 등록금 같은데 쓴다든가..

엄마도 나름, 조금씩 뭔가를 해보려고 노력해. 큰 돈을 못 벌어서 그렇지. 엄마의 소소한 일도 이해 좀 해주라. 응? 
그리고 막상 회사를 가려고 해도, 가을에 다른 동네로 가니까 그것도 애매하다. 이 근처 회사를 다니면, 출퇴근이 애매하잖아. 

이러나 저러나 결정적으로 지금도 겨우 집안일과 새콤이 등하원이랑 돌봄 등만 해도 힘에 부쳐하는데, 회사까지 다니면... 어떻게 살지? 큰일이다."


진짜 큰일이네. 올 것이 벌써 온건가?
말하고나서도 우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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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유를 알았다!
내.가. 말한거였다.

지난주에 허리를 다치고, 도수치료 받고 며칠 정신을 못 차렸다. 주말이었지만, 남편은 바빠서 아예 일요일과 현충일에 정상 출근과 야근을 했다. 그렇다. 개발자는 지금도 워라벨과는 거리가 먼거다. 아니고, 특정 개발자는 바쁜가보다. 언제 마음 편히 놀거나 쉬어본 적이.. 별로 없었다. 같은 직종이었으니, 말 안해도 대충 알거 같다.

그래서 평소처럼 내가 다했다.
허리는 아프고 컨디션이 안 좋지만, 아이는 여기저기를 다니고 싶어했다. 같이 지하철 타고 다니고 집에 와서 밥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집안일을 했다.

그러다가, 어젠가 너무 피곤해서 설겆이하다가 싱크대를 손으로 잡으며, 툭.. 정말 툭.. 하고 아무 생각없이 말했다.


"어흐.. 나도 회사 가고 싶다."


아니, 이런..
회사 가고 싶다는건 내가 한 말이었구나. 뭔가 왈칵 치밀어 올랐다. 수도꼭지 물 잠그고 멍 하니 서있었다.




도망가지 말자. 힘내자.
 
회사를 다니다가, 그만 둔 것도 내 선택이었다.
계속 여기저기 아프고, 회사 다니면서 양가 어머님들 병원을 같이 다녀드려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 당시 남편과 맞벌이하면서 아이가 없다보니, 뭔가 우리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보이는지.. 약간 억울한 것도 있었다. 어쨌든 아프고, 자꾸 예상치 못한 일정들이 생기니, 일을 그만 두어보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그만 뒀다.

늦었지만, 아이를 가져보겠다고 한 것도 내 선택이었다. 제2의 인생으로 뭘해야할지 잘 모르겠고, 혹시 모르니 아이를 가져보는 시도라도 해보자고 생각했다. 내가 선택했으니 최선을 다해야한다.

남편은 늘 많이 바쁘다. 집안일은 내가 다 해야하고, 아이도 내가 키워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뭔가, 나도 뭔가를 계속하고 있어야 한다. 지금은 회사를 다니고 있지 않으니 나는 그냥 전업주부다. 그래서 열등감이 많다. 스스로도 열등감이 있지만, 다른 이들의 시선도 그리 고운건 아닌듯 하다. 전업주부라고 하면 말하면서 쭈글쭈글해지는 느낌이다.

다른 엄마들은 어떻게 일을 하면서 4시반에 데릴러 갈까? 도 궁금하고, 남편이  잘 도와주는 집도 있는거 같고. 친정이나 시댁 도움 받는 것도 부럽긴 한데.. 다른 분들도 그 분들대로 힘듦이 있겠지. 다만 내가 모르는걸테지.

아이에게 잠시 서운했던게 미안하다.

옛날에 하늘을 날았으면 뭐하나.
지금이 중요하지.
아니, 어쩌면 앞으로가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너무 찌그러져 있지 말고, 기운을 내봐야겠다. 구름 많은 날은 왠지 더 우울하지 않나?

하.. 참.
어떻게 살든 참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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