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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몽의 하루

신춘문예는 '엄마의 꿈'이었습니다. [얼룩소 갈무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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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는 '엄마의 꿈'이었습니다. [얼룩소 갈무리]

sound4u 2025. 4. 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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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18일




제목 : 신춘문예는 '엄마의 꿈'이었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글을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월요일부터는 (되든 안 되든) 아주, 많이, 열심히, 잘 써보려고 합니다. 문득 '엄마의 꿈'이 생각났습니다.



작가님 - 제 꿈은 아니에요.
엄마의 꿈이었습니다.

 

부엌에서 저녁 밥과 반찬을 만들고 있으면, 아이는 냉장고 앞에 이런걸 갖다놓고 "엄마! 이거 먹어. 내가 차려놨어." 합니다.


이번주는 심하게 피곤합니다. 외가와 친가의 약하고 골골한 유전자를 몰빵한게 분명합니다. 조금만 신경쓰거나 하면 아픕니다. 아프니까 목소리가 커지구요. 힘들지만 참으면서 일하니까, 버럭버럭 화를 냅니다.

밥할 때 불근처 오지 말라고 하니까, 6살 딸아이는 (제가 그어놓은) 마지노선인 냉장고 앞까지만 옵니다. 엄마 눈치를 살피다가, 자기가 차려놨다고 간식(?)꺼리를 늘어놓고 후다닥 도망칩니다. 차려놨으니 먹으라구요. 에고.. 괜히 미안해집니다.

저렇게 작은 아이도 부실한 엄마를 생각해주는데... 정작 저는 어린시절 엄마에 대해 따로 어떻게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님처럼 자식들 공부 잘하는 것이 큰 자랑일텐데, 그걸 못 해드렸거든요.

딱 하나, 큰 상을 받거나 하진 않았는데..
엄마가 저에게 기대하는게 있었어요. 그건 바로 '작가'가 되는거였답니다. 여기서 작가란,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활동하는 작가님"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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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닫고 일기를 쓰던,
사춘기 시절 일기'를 발각당하다.


사춘기를 징하게 겪었습니다. 집에서 종일 입 꾹 다물었습니다. 말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내내 그랬던 것 같습니다. 대신 연습장에 끄적이기 시작했습니다. 일기랍시고...
그걸 엄마가 보셨나봐요. 엄마가 보신다는걸 알고는 충격 먹었죠. 속상한거 다 써놨는데. 그 땐 그랬는데, 부모가 되고보니 엄마 입장에선 좋았을 것 같습니다. 뭔 생각을 하는지 알았을테니까요.

언젠가 일기에 좀 심하게 속상하다 그런걸 썼는데, 엄마가 버럭 화를 내셔서 그동안 일기를 보신걸 알았어요. 쪽팔리고 화났는데.. 신기한게 그게 엄마한테 '희망'이 된거죠. 엄마의 꿈은 '작가님'이었으니까요. 꼭 뭐 작가가 되고 싶었다기보다는 엄마가 소녀였을 시절에는 '문학소녀'가 유행이고 작가님이 선망의 대상이었으니 그게 부러웠던 것 같습니다. 당시 유명한 작가는 지금의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20살 넘어서, 엄마는 저에게 "신춘문예"를 언급하셨습니다. 한번 해보라구요. 네? 뭔? 신춘문예를요? 제가요? 근데 어느 부문으로요? 어려운데... 저는 괴롭다고, 살기 힘들고, 공부하기 힘들고 등등.. 사춘기 소녀의 적나라한 일상을 쓴건데. 이런 일상이야기가 먹힐까요? 엄마는 재밌게(?) 보셨나봅니다. 남의 이야기는 즐겁잖아요.

그래서 "신춘문예"를 응모해야 하나?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생각'만' 했다는거죠. 막연히 어렵다. 맨날 생각만 했습니다. 신문에 신춘문예 공고가 뜨면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로또에 당첨되려면, 로또부터 사야


안 될꺼라 생각하고, 안 되는 이유를 찾아나섰습니다. 듣자하니 인맥, 학맥, 학연, 지연, 그리고 하다못해 당선공식까지 있다더군요. 될리가 없지. 엄마에게는 변명만 늘어놨습니다. 저게 될리가 없죠. 되겠어요?

그래도 엄마는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래도 해봐라. 신춘문예는 아니고, 리포트 낸다고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만 두드리는걸 봐도 좋아하셨어요. 숙제하는건데.. 좋아보이나? 그땐 몰랐습니다. 지나놓고보니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습니다. 아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숟가락 쥐고, 밥을 떠먹는 모습만 봐도 좋더라구요. 그런 느낌이었겠죠.

"신춘문예"에 응모는 고사하고 글도 쓰지 않으면서, 괜히 늦가을 되면 싱숭생숭하고 1월 1일에 신문에 난 당선작들 보면 한숨이 나왔습니다.

당선이 될려면, 일단 써야했는데..
로또가 되려면 로또부터 사야죠. 사지도 않으면서 바라고 있었습니다.




아무튼..
이래저래 글을 쓰고 있습니다. 뭐가 될지 모르겠지만..


카카오 서비스에 '브런치' 서비스가 있지요. 그게 처음 나왔을 때 또 '작가님병'이 도져서 도전을 했습니다. 그것도 신청한다고 바로 되는게 아니더라구요. 근데 어렵사리 됐는데, 거기도 공모전이 있어요. 내리 몇년을 계속 떨어지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작가님 길은 멀구나. 했습니다.

그리고 몇년이 흘러흘러,
2022년 올해 또 이곳까지 오게 됐습니다. 어찌어찌 글을 쓰고 있었는데, 아시다시피 11월 14일부터 많이 바뀌었죠. 공모를 하긴 했습니다. 할까말까 하다가, 되든 안 되든 신청서 냈습니다. 안하면 후회할까봐요.

그러고는 까마득한 날에 묻어뒀던 "신춘문예"를 떠올렸습니다. "신춘문예"는 엄마의 꿈이었다는 사실도요. 요즘도 "신춘문예"가 힘이 쎈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여러가지 등단할 기회도 많고, 길도 다양해졌으니까요.

그런데 신춘문예는 아니고..
당장 2주간 열심히 한번 써보자고 생각하고, 글을 쓴다고 쓰는데... 이건 보통일이 아닌겁니다. 열심히 쓴다고 뭐가 어떻게 될까?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냥 할 수 있는만큼은 해보려고요. '엄마의 꿈'은 이뤄드리지 못했지만, 열심히 하면 딸아이에게 뭔가 더 사줄 수 있지 않을까요. 뭔가에 열심히 몰두하는 이번 2주일의 도전은 나중 나중에도 생각이 날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살아보려구요.



원글 링크 :
https://alook.so/posts/Djt6525?utm_source=user-share_Dotdl1

신춘문예는 '엄마의 꿈'이었습니다. by 청자몽 - 얼룩소 alookso

얼마 전부터는 글을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월요일부터는 (되든 안 되든) 아주, 많이, 열심히, 잘 써보려고 합니다. 문득 '엄마의 꿈'이 생각났습니다. 작가님 - 제 꿈은 아니에요. 엄마의 꿈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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