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몽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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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지나고, 월요일
# 지난 주말
토요일
남편 회사 동료 결혼식이 아침 11시였다.
요새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는다는데.. 남편네 회사는 결혼도 늘 많이 하고, 아이도 낳는다. 암튼. 그래서 딸과 남편이 결혼식에 다녀왔다. 10시에 나갔다가 1시 반에 집에 돌아왔다.
나는 그 꿀 같은 시간에,
설거지하고 빨래 돌리고, 재활용쓰레기 모아서 버렸다. 날씨가 너무 좋길래 커피 사러 10분 거리에 메가커피를 다녀왔다. 그리고 자유시간이 끝났다.
남편은 이빨이 아프다고 자리에 누웠다.
나도 등이 아파서 못 일어났다. 딸아이는 울기 시작했다. 볕이 아깝다고 놀러 가고 싶다고 했다. 5분만 누워있다가 가자. 하며 못 일어났다. 아이가 계속 우니까 남편이 화를 확 냈다.
등이 아팠지만(등이 왜 자꾸 아픈 걸까) 이를 악물고 일어나서 아이와 밖에 나왔다. 해가 질 때까지 동네 놀이터를 다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아휴.. 조카가 속썩이나보다. 가시 돋친 전화를 들으려니 갑자기 슬퍼졌다. 어휴. 전화기를 들고 있는데, 어떤 아휴.. 큰 개 주인이 목줄 풀고 놀이터 저쪽에서 자기 개랑 노는 게 보였다. 전화기를 든 채로 아이 이름을 큰소리로 불렀다. 전화 속 엄마가 험한 소리 하시는 게 들렸지만, 목 줄 푼 개가 더 문제라. 대충 끊었다. 아이 손을 잡고, 속으로 험한 소리를 삼키면서 다른 놀이터로 갔다. 목줄 푼 개는 용서가 안 된다.
5시까지 놀고 놀다가 아이랑 간식도 사 먹고 놀이터 투어를 마치고 집에 왔다. 오는 길에 학교에서 딸을 괴롭히는 빌런 아이를 만나서.. 젠장. 기분이 정말 더러웠다. 학폭 비스므레한 일을 겪게 만든 아이였는데, 별일 없이 만나도 기분이 참 그렇다. 그 아이와 친구들도 다. 에고.
험한 토요일이었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밥을 했다. 너무 피곤해서 불 끄자마자 잠이 들었다.
# 일요일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남편이 피곤해서 계속 누워있어서, 아침부터 아이와 게임을 하고 놀아줬다. 잘 논다고 놀았는데, 아이가 재미없어했다. 나도 심심하고 싶다. 금방 점심 차릴 시간이 됐다.
국수랑 유부초밥을 만들었다.
점심 메뉴 가지고 남편이 또 화를 살짝 내서, 기분이 참 그랬다. 메뉴 가지고 화를 낼 일인가? 뭔가 대화방식도 문제다. 그냥 말하는 건데 짜증으로 느끼는 건지, 정말로 짜증으로 받아들이는지 모르겠다. 등은 왜 계속 아픈 건지. 아픈 거 참으면서 밥을 만들어 먹고, 설거지를 했다.
조금 숨 돌릴까 했는데, 남편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단다. 3시였는데.. 목포까지 내려갔다 온다고 했다. 4시에 친구가 데리러 와서 그 차 타고 갔다.
아이는 아빠랑 못 논다고 슬퍼했다.
엄마랑 주말까지 같이 있으니, 평일 같단다. 비는 그쳤지만 날이 너무 추웠다. 바람이 칼같이 불고, 밖에 나갈 상황이 아니었다. 토요일 재활용 쓰레기를 모아서 버렸던 나 자신을 칭찬했다.
유튜브 방송 몇 개 보고, 만화도 보여주고 시간을 보냈다. 금방 저녁밥 할 시간이 됐다. 월요일 아침에 먹을 밥과 국을 끓였다.
등짝이 많이 아팠지만, 아이를 씻기고 목욕도 했다.
아이가 일기 쓰느라 고민을 했다. 숙제는.. 하 숙제시키는 것도 힘들다. 나한텐 별거 아닌 거처럼 보여도 아이 딴에 힘드나 보다. 그냥 후딱 아무거나 쓰면 되는데...
# 월요일

지난주부터 아침밥을 먹기 시작했다.
자잘한 간식대신 아침에 밥을 먹으면 속은 편한데, 설거지가 산더미다. 그리고 전날 무얼 먹을지 미리 고민해서 준비해야 한다. 그래도 어쨌든 먹기 시작했다. 남편이 살찌고 몸에 무리가 온다고 밥을 차려달라고 했다. 그래서 아무튼 먹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밥을 차리고, 등교준비를 했다.
후다닥 나갔다. 아이는 오늘도 8시 39분에 교문에 들어갔다.
이제 2학년이라고 학교 근처 도보육교 다리에서 인사하고 헤어진다. 도보육교 다리는 계단도 없이 동그랗고 긴 다리로 도로를 건널 수 있는 육교다. 아이와 헤어지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고민이다.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가면, 지뢰밭이다.
무수한 폭탄들과 마주해야 한다. 그래서 조금 돌아가는 길이지만, 폭탄을 만나지 않을 길을 택했다. 슬로조깅도 마음 편히 할 수 있다. 10분 달리기를, 아니 15분 달리기를 하며 마음 편히 왔다.


꽃샘추위로 갑자기 추워졌지만, 맑고 깨끗하고 매운 찬 공기가 반가운 아침이었다.
집에 오자마자 산더미 설거지를 했다.
보자마자 한숨이 나왔지만 참고했다. 월요일과 수요일은 금방 하교하기 때문에 게으름을 피울 시간이 없다. 빨래를 돌리고, 집 정리를 했다. 책정리도 조금 하고.
귀찮은 일은 반드시 해줘야 하는 일이라고 들었다.
- 책 빌리고 반납하기 귀찮다.
- 밥하고 반찬 하기 귀찮다.
- 빨래하고 빨래 개기 귀찮다.
- 책 고르고 읽어주기 귀찮다.
- 책 정리하고 가끔 위치 바꿔주고 정리해 주기 귀찮다.
- 숙제 잘하도록 응원하고 격려하기 힘들다.
- 책상과 주변 정리를 하기 힘들다.
등등.
은 내가 다.. 해야 하는 내 일이다.
전업주부니까 아침밥도 당연히 차려줘야 한다. 워킹맘이었어도 아침밥은 차려줘야 한다. 나도.. 아침밥을 먹고 자라서,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 내가 귀찮고 힘든걸 잘 참고 해내자.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도 잘 보내야겠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귀한 시간이니까.
그렇지만.
사실.
집안일하기 정말 싫고, 귀찮다.
하지만 이게 내 일이다. 내 업무. 잘하지는 못해도 펑크 내지 말고, 시간 맞춰서 하자. 그러기도 힘들다.
지금은.
영어학원 끝나고 선생님이 피아노학원까지 데려다주셔서, 그래도 2시간을 온전히 내 시간으로 갖을 수 있다. 감사하다. 작년 12월부터 이렇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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