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몽
내 글쓰기의 시작은 속상함이었다. 본문
내 글쓰기의 시작은 속상함이었다.

얼마 전, 마음 아픈 전화를 며칠 건너 받고 또 받았다. 전화 거는 것도 힘들지만, 받는 것도 힘들다. 뭐가 문제인지,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뭘하면 안 되는지를 아주 다 신랄하게 말하고 싶지만 속으로만 되뇌일 뿐이었다.
어차피 내가 좋아서 혹은 내가 무슨 뾰족한 답을 주리라 생각하는게 아님을 알고 있다. 하필 속상할 때 막상 전화걸 곳이 마땅치 않아서 나에게 건 것이리라. 이럴 때는 듣기만 한다. 아무말 안한다고 욕먹는 편을 택한다. 괜히 그럴 때 잘못 말하면 난리가 나는걸 여러번 경험해서다.
하지만 그런식으로 이 악물고 참다가 전화를 끊으면 탈이 난다. 전화 끊고 최소 30분은 속상하다. 전화상 내용이 아니라, 이전 그러니까 꽤 오래전에 있었던 해묵은 여러 상처나 애초에 문제들까지 한방에 훅 다 생각이 나버리기 때문이다. 쓴뿌리가 꽤 깊다.
이래서 나는 쓰나보다. 내 글쓰기의 시작은 속상함이었다. 화나고 분함. 답답하니까 쓰기 시작한게... 36년째다. 1989년부터 쓰기 시작했다. 나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쓰기 시작한 셈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이유로 속상하다. 쉽게 해결되지 못할꺼고, 잊고 지내다가 또 불쑥 올라올꺼다. 잊고 살다가 또 올라오겠지. 원인은 알지만 해결책은 없는 아픔 때문에 계속 힘들다.
지금 보이는 것들, 지금 하는 일, 지금 사는 삶, 내 현재 생활. 지금에 집중하며 매일을 사는게 답이라면 답이다. 다른건 너무 생각하지 말고. 속상한건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 내일 아침엔 뭘 먹고, 점심에는 뭘 먹이며, 저녁에는 뭘해서 먹지? 뭘 사야하던데.. 미뤄놓은 것 중에 할 수 있는게 뭐였지? 등을 생각하자.
이러면서 헤집어진 마음과 생각을 다잡아도, 또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소리에 걱정부터 몰려올껄? 에고. 속상한건 그때만 속상하고, 잘 떨쳐내자.
그러고보면 2023년도에 다른 사람과 있었던 일도 생각난다. 그때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요즘은 이해가 가는 일. 그때 그 사람은 나보고 힘든거 이야기하지 말라고.. 들어주는 것도 힘들다고 했다. 그 말 듣고 기분 나쁘고, 화도 많이 났었는데... 이제 이해가 간다. 힘이 드니까 그랬겠지. 누군가의 힘든 이야기 들어주기가 많이 힘든거니까. 시시콜콜 이야기 하지 마라 그런 말이었을텐데. 하지 말라니까 안하게 됐다. 안하는게 차라리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스스로 잘 서 있기.
속상함을 버텨내는 힘도 필요하다. 아니면 덜 속상할 방법이라도. 내가 감당할만큼의 일은 그냥 묻어버리기. 그때부터 억지로 하고 있다.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하긴 나야말로 어디다 말할 곳도 딱히 없다.
그래서 쓴다.
하지 못한 말을 애둘러 이렇게라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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