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몽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던데.. 면은 죄가 없다. 본문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던데..
면은 죄가 없다.
그랬다.
삶다가 망친 면은 죄가 없다.
죄가 있다면, 방전되어 버린 내 체력이 문제지.
그런데 나 오늘 너무 힘들었다.
그러니까 아침 9시에 일어나서 저녁 5시까지 앉을 틈이 없었어.
아침 간단하게 차리고, 환기하면서 4일치 빨래를 돌렸다. 빨래 돌리기 전에 애벌빨래 할게 좀 많았다. 애벌빨래하기 전에 이불을 갰다. 큰 가방 두 개를 들어 옮기다가 허리를 삐끗했다. 아프지만 꾹 참고 빨래 돌리면서 마른 빨래를 걷었다.
빨래 끝나고 밖에 널 빨래들 구분해서 나누는 것도 일이었다. 4일치 빨래라 양도 많았다. 다용도실에서 땀 한바가지를 흘렸다.
빨래를 분리해 건조시키고 나머지는 바깥 베란다에 널었다. 널기 전에 밥을 앉혔다. 오늘 점심은 비빔밥이었다. 빨래 널고 재료를 썰었다. 재료 썰면서 주변정리할게 많았다.
재료 썰어서 끓이면서, 화장실 간단히 청소하고 잘 끓었나봤다. 된장국용 두부랑 감자, 호박도 썰었다. 점심을 차려 먹고, 수박을 썰었다. 먹은 수박 치우고, 건조된 빨래를 개면서, 아까 가방에서 꺼낸 물건들을 치웠다.
3시가 넘어가면서부터 슬슬 방전되는게 느껴졌다. 겨우 버티던 내 체력은 딱 거기까지가 마지노선이었나보다.
4시가 됐다.
(빨래 갤 때 앉긴 했었구나. 그런데 그게 쉴려고 앉은건 아닌데.. 아무튼) 도시락용 유부초밥을 싸면서, 남은건 접시에 담았다.
그리고 문제의 국수를 삶았다. 나는 국수가 싫다. 정확히 면이 싫다. 아니 밉다. 적당히 삶아야하는게 잘 안 된다. 덜 익었다. 많이 익었다. 퍼졌다 그런 소리 듣는게 정말 싫다. 싫어하다보니 매번 삶다가 망친다. 그 말이 사실인가? 안 좋은 마음일 때 하는 요리는 망친단 말.
아무튼 오늘 국수도 더 망칠 수 없을 정도로 망했다. 일부러 그렇게 할려고 한게 아닌데도 그랬다. 눈 돌아가겠다.
역시나 얼굴 안 봐도 싫어한다는게 느껴질 정도였다. 젓가락으로 가닥가닥 들어 보는데 정말 화가 났다. 9시에 일어나서 밥 먹을 때 앉은게 나를 위해 앉은 시간이었는데.. 빨리 나가야 되서 점심과 저녁 사이가 짧아진 것도 싫었지만. 거기다가 싫어하는 국수를 이렇게 망친 것도 정말 화가 났다.
화가 나서, 내 면은 버렸다.
아이 것도 버리려고 하니 버럭 화를 냈다. 내 행동(버리는게)이 못 마땅했나보다. 그냥 어떻게든 먹겠단다. 아마 우리 나가고나면 라면을 먹겠구나 싶었다. 허리도 아프고, 8시간동안 한숨도 못 돌리며, 집안일 한게 억울했다.
아이 학원 가야할 시간이 되어, 급히 아이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 햇볕에 그을린 양쪽 팔이 따끔거리며 아팠다. 걸을 때마다 허리도 아팠지만, 아이한테 창피했다. 이게 뭐야. 에고.. 진짜 화난다.
아이를 기다리는 동안 학교에 제출할 보고서 초안을 썼다. 출력할 사진도 골라보고. 1시간 50분이 금방 가버렸다. 하루종일 잔일하다가 이렇게 아픈데... 오늘 같은 날은 학원 좀 데려다주지. 쩔뚝거리면서 집에 왔다. 하긴 나오지 말고 집에서 쉬라고 내가 말했던거 아냐?
집에 오는 길에 그래도 간식창고 들러 비비빅이랑 메로나, 수박바를 사가지고 왔다. 그런다고 좋은 소리 못 들었다. 아이스크림은 아이스크림이고 화가 안 풀리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남은 화를 잔뜩 냈다. 나도 막 버럭버럭 화내봤으면 좋겠지만.. 그러면 안 좋을 것 같았다. 말을 상당히 아끼면서 참았다.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던데...
나의 인내도 이미 지하 30m까지 내려가 버린 상태였다. 그렇지만 보고서를 완성해야해서, 남은 체력까지 닥닥 긁어서 학교 제출용 체험학습 보고서를 작성했다. 사진 출력해서 붙이고, 초안을 옮겨 적었다.
눈물이 찔끔 났다.
나도 저기 산에 올라가서 황동만이처럼 내 이름을 크게 불러보고 싶다. 동만아, 황동만!! 난리 같은 날이었지만, 그래도 오늘 할일을 다 했다. 내가 이래서 여행을 정말 싫어한다니까.. 있던 체력 바닥나고, 인내심도 절단 난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겠지.
어쨌든 오늘도 나는 나의 일을 다 했다. 아프지만.. 아프면서 꾸역꾸역.
동만아! 황동만!
뭐지? 내 이름도 아닌데, 동만이 이름 부른게 왜 위로가 되지? 동만아 고맙다. 나도 너처럼 똘끼 다 부리고, 그러면 좋을텐데. 꾹꾹 눌러담으면서 양보하고 참으니까 안 좋은거 같아. 하긴 내가 40대도 아닌데.. 어쩌겠어. 이제 어른인데. 똑같이 행동하면 안 되지. 그래서 그냥 이름이나 큰소리로 불러볼까보다. 소리내어 부르지 못하고 글로만 부르는 이름이지만.
암튼.
내일부터 다시 운동을 시작해보자.
근력을 키워야해. 인간이 힘이 있어야 버티는거야.
관련글 :
https://sound4u.tistory.com/7246
내가 진짜 바라는건..
내가 진짜 바라는건.. 어쩌면 정말 큰걸지도 모른다.그래. 용기. 용기가 있어야 인정도 하지. 용기가 없으니 잘못해놓고 되려 큰소리치지. 아니면, 잘못한게 너무 많아서. 제 때 미안하다고 하지
sound4u.tistory.com
https://sound4u.tistory.com/7254
집 근처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 놀이터 앞 운동기구와 아파트 계단 오르기 시작
집 근처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 놀이터 앞 운동기구와 아파트 계단 오르기 시작원래는 4월즈음에 다시 필라테스를 시작하려고 했는데... 역시 하기 싫었다. 1대1 말고 그룹으로 받을까? 했지만,
sound4u.tistory.com
'[글]쓰기 > 생각나는대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일상] 수업을 한번 빠진다는 건/ 숙제를 잘 하게 응원한다는건/ 엄청 많이 밀린 일을 한다는 건/ 그래도 신념을 지킨다는 건 (0) | 2026.06.10 |
|---|---|
| 마음의 무게, 아침이 되면 (모든 것이 가벼워지는) 마법이 일어난다. (0) | 2026.06.05 |
| 6월, 연휴 너머 곧 또 휴일 : 남은 6개월동안 휴일이 없는 달은 없다/ 변명 그만하고 할일 하자! (0) | 2026.05.31 |
| 으하... 또 연휴다 (0) | 2026.05.23 |
| 쓰면서 회복이 되다가 (전화오면 또 원점이다) : 그러고보니 올해 들어 심해진거 (0) | 2026.05.1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