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청자몽의 하루

2011년 11월 19일 - 어느덧 7년/ 감사해요 깨닫지 못했었는데.. 본문

[글]쓰기/나의 이야기

2011년 11월 19일 - 어느덧 7년/ 감사해요 깨닫지 못했었는데..

sound4u 2011. 11. 22. 00:14
반응형
어느덧 7년 (2004년 11월 19일 ~ 2011년 11월 19일)

달력을 무심히 보다가 막상 기념해야할 그날이 지나버린걸 알았다.
지난주 토요일(11월 19일)이 남의 나라온지 꼭 7년이 되는 날이었다.

처음 1년은 텍사스(휴스턴)에서 살았고
그 다음 6년은 여기 로드아일랜드에서 살고 있다.

텍사스라는 지명보다는 휴스턴이라는 지명에 더 익숙하다.
지금 사는 동네는 워낙 작으니 어느 도시에 산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우습다. 미국에서 가장 작은 주니까.


그러고보니 그날 기념할려고 그런건 아닌데
울아저씨가 어떤 분 컴퓨터 어렵사리 고쳐드리고, 식사 대접도 받았다.
지나가버린 생일 겸
그리고 내 7주년 기념일을 겸사겸사 기념하게 된 셈이네.
생각하니 정말 감사하다. 몰랐는데 .. ㅜㅜ

7년전 울아저씨가 나보다 한달 먼저 들어오고,
나는 한국에서 띵까띵까 놀다가 한달 후에 들어왔다.


지나간 시간들이 머리 속을 휘리릭 스쳐지나간다.
좋았던 일, 안 좋았던 일 등등..

그 사이에 깨달은건
미국에서 오래 산다고 자연스럽게 영어가 느는건 아니라는 점이다.
그냥 있으면, 그냥 정체된다. 말 안하고 아는 말만 조금 하고, 대충 얼버무려도 그냥 시간이 간다.

적응이 되더라도
태어나 30년 넘게 살았던 내 나라, 내 조국만큼 편하고 좋지는 않다.
많은 부분이 불편하고, 힘겹고, 어렵다.



그런데 만약 계속 한국에 살았으면 어땠을까?

그랬으면 지금처럼 '감사함'에 대해 처절히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을거 같다.
늘 자연스럽게 들이마시고 내쉬는 공기처럼
그렇게 고맙고 좋은게 너무 많아서, 감사한지 모르고 고마운지 모르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살았을게 너무 많았다.

고맙고 죄송한게 그렇게 많다니...
어떨때는 정말 서러운게 있어서 나이랑 상관없이 꺽꺽 소리나게 울어본 적도 있다.

편하게 한국에만 있었으면 절대 모를 서러움들
그런게 스쳐지나간다.


우리말 편하게 하고 살 수 있는 것도
마음 터놓고 편하게 말할 사람들, 아무때나 만나서 얘기할 수 있는 여유도
그런 소소하고 당연한게 얼마나 고맙고 좋은건지
그렇지 않은 상황에 살아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다.

몸 아플때 병원가서 치료받고
문제있을때 뭔가 척척 잘 진행되는 것도 다 복이다.

여긴 뭐가 그렇게 복잡하고(병원이나 기타 등등.. 다 예약해서 가야되고, 보험 등 그런 것도 불편하고 복잡하다) 뭔가 문제 하나 생기면 골때리는지... 모르겠다.
오죽하면 "문제없이 그냥그냥 살기는 좋은데, 문제 하나 터지면 골아프다" 그런 말 웃으면서 한다.

남의 나라 사는 것에 대한 환상이 와장창 깨진다.

한국에 살았어도 수월하고 편하지만은 않았을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여러가지 드는 생각이 많고 또 복잡하다.


이놈!
이 철없는 소심한 소인배야
맛 좀 봐라!!

그래서 유배된건지도 모르겠다. 그런건 꼭 아니겠지.


생각이 많고, 고민도 많은 타입인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더 사무쳐서
덕분에 7년 사이에 '흰머리'가 많이 늘었다 ^^;;

내 속에 있는 네모 반듯반듯한 모서리들이 칼바람에, 비바람에 한움큼씩 찢어져 내려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많이 깍였나? 싶다가 보면 아직도 더 뜯어지고 깍여야할 뾰족한 부분이 더 많음을 문득문득 깨닫는다. 이전엔 훨씬 더 많았을텐데...

쓰다보니 목이 매인다. 고만 써야지. 앞으로 잘 살면 되지!!!
어려운 상황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참 감사할게 많구나.
역시 남는건 감사하게도 '좋은 기억들'이다.


감사해요. 깨닫지 못했었는데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라는걸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