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몽의 하루
1989년 제출용(숙제로)이 아닌 내 의지로 일기를 쓰기 시작한 이래로 글쓰는 행위는 내게 일종의 '낙서'나 '놀이'의 연장이었다. 습관적으로 쓰다보니 그리고 매일매일 쓰다보니 그런거였는지는 모르겠는데, 누가 뭘 써달라거나 뭔가 써야할 일이 있으면 조금 생각을 해보다가 별 힘 안 들이고 후다닥 써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랬던 내가 18년만에 강적을 만나고야 말았다. 나도 힘들게 쓰는 글, 잘 써지지 않고 막히는 글을 만난거다. 거기다 더 안 좋은건 그렇게 글이 한번 막히고 나면 다른데 쓰는 글들도 동반으로 막힌다는거다. 갑자기 모든 종류의 글쓰기가 시시해지면서 사람 맥을 주욱 빠지게 하는 카운트 펀치를 한방에 날려주는 그 녀석. 내 속에 숨은 열등감까지 쑤욱..튀어나오게 하는 무시무시한 녀석이다. ..
어제 밤부터 오던 비는, 아침에 보니 눈으로 바뀌어 있었다. 솔솔 밀가루처럼 뿌려대길래..저렇게 오다가 말겠거니 하고 출근을 했다. 점심때도 그렇게 솔솔거리고 오더니 한 3시쯤 되서는 엄청 쏟아부었다. 으아. 진짜 많이 온다. 싶었는데.. 한 4시쯤 되어서 길 언다고 서둘러 퇴근하라고 하셨다~ (눈오니까 좋은 점도 있군^^ 히히) 평소와 달리 오는 길이 막혔다. (평소엔 10분만에 오던게 20분쯤 걸려서 집에 왔다.) 그래도 홀가분한 금요일 저녁이었다. 작년에도 3월에 함박눈이 내렸는데... 올해도 변함없구나. 이번주초 한낮의 그 따뜻한 날씨는 잠시의 '오아시스' 같은 것이었나보다. 내린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꼭 밀가루나 설탕가루를 길에 뿌려놓은거 같이 곱다. 이렇게 고운 눈도 녹으면 좀 흉해지겠지..
비가 온다. 한 몇주 춥지만 좋은 날씨더니.. 이번주는 따뜻(너무 갑자기 심하게 따뜻)해지더니.. 어제부터 날씨 흐려지더니 주말까지 내내 비온단다. 보지 않았지만 가끔 드라마 게시판 가서 보던 도 끝나고.. 아쉽네. 거의 비슷한 즈음에 방영했던 이 서로 비교되면서 했나본데, 에 대한 주구장창한 평들을 많은데 에 대한 평은 별로 없네. 둘다 서로의 장점들을 가지고 있었나보다. 의사..하니까 이 생각나네. 참 재밌게 봤었는데. 시간 지나면 잊혀지는게 드라마라지만...
남편은 이왕 글을 쓸꺼면 '정보를 주는 글'을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잖아도 글이 넘쳐나는 인터넷 세상에.. 읽는 이들에게 좋은 정보를 줄만한 글을 써야 한다는 말인데.. 그게 쉬운가 ㅜㅜ 보통 보면 나는 날림글(내 맘대로 글)이거나 막글(막 대충 씀)을 주로 쓰는 편이다. 아니면 요새 비난의 대상이 되는 /펌질/을 하든가. 쩝쩝쩝. 정보성 글이라.. 정보성 글이라... 암만 생각해도 나는 그런 글 쓸만한 재목이 못 되는거 같다. 그냥 편한대로 쓰는 방식으로 계속 써야지. 어딘가에 공식적으로 공개할만한 글 쓰는게 쉬운 일이 아닌듯 하다. 역시 글쓰기는 쉽지 않은듯하다. 남이 쓴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쉽지만 막상 쓸려고 하면 A4지 한장 채우기가 정말 힘들던데. (원래 자기는 그렇게 하지 못하면서 남..
봄이 오고 있다. 봄의 아름다움은 모진 겨울을 이겨 낸 강인함에서 비롯된다. 베토벤의 장엄한 교향곡은 청각을 잃는 아픔 속에서 탄생했고, 고흐의 그림은 찢어지는 가난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가운데서 그려졌고, 밀턴의《실낙원》은 그가 실명했을 때 쓰여졌다. 절망을 절망으로 끝나게 해선 안 된다. 오히려 절망이야말로 구태의연한 사고방식과 과거의 굴레를 끊어 버리고, 새로운 미래로 도약하게 하는 결정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 한홍 님, 2월호 중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명곡, 좋은 글, 멋진 그림들... 실상 자세히 알고보면 고독과 외로움, 넘을 수 없는 아픔 등의 고통 중에서 나온 것들이 대부분이다. 어려울때 더 무엇엔가 열심히 매진하게 되고 그런 중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명작들이 나오게 되는걸까. 전에 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