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몽의 하루
2010/08/30 - [[글]생각나는대로] - 배고파 우는 들고양이를 먹이다 장화신은거처럼 뒷발만 하얀 고양이였다. 8월말 한창 더울 며칠동안 이 녀석은 아파트 주변을 맴돌면서 창문을 열었다하면, 방문을 열었다 하면, 베란다 문을 열었다 하면 '미야옹'하면서 예쁜 소리를 내면서 나타났다. 어김없이 우리가 있는 시간엔 어떻게 알고 그런건지 주변을 배회했다. 고양이한테 홀린 사람처럼; 울집 아저씨는 마치 몽유병 환자 밤에 스르르 나가듯 햄이나 얇게 만든 닭고기 조각을 가지고 이 녀석에게 갔다. 맛있어서 좋은지 뽈짝뽈짝 뛰면서 잘 먹었다. 근데 웃긴게 소고기 조각을 주면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는거였다. 마트에서 산 고양이 사료(과자같이 생긴)도 냄새만 맡아보고 먹지 않았다. 그러니까 햄이나 닭고기만 먹었다. ..
구름이 낮아서 긴 장대 올려서 쓰윽 내리면 하얀 솜털을 끌어내릴 수도 있을거 같은.. 엉뚱한 생각도 든다. 가끔.. 어느 저녁때 찍은 사진. 하늘에 수묵화가 살포시 있더군. 파스텔톤 하늘. 저녁이었는데 이런 은은한 느낌이 났다.
중고등학교때 책받침이나, 연습장 표지에 있던 예쁜 그림과 글씨체로 써있던 바로 이 시가 가끔 하늘 좋고 푸른 날 생각난다. -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벌써 2주가 흘렀다..) 지난주 금요일 '허리케인'이 온다고 아파트에서 경고문이 날아오고, 은근히 여러군데에서 대피나 대비를 강조하는 가운데 어수선한 생일을 맞게 되었다. 옛날에는 생일이 되면 특별한 일 없어도 기쁘고 좋더니; 어느 순간부턴 나이드는게 부담이 팍팍 되면서 생일이 되면 조금 우울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쪼금 우울했다. 그런데다가 태풍이니 뭐니 하니까 조금 꿀꿀했다. 다행이 예상했던거처럼 큰 태풍이 왔던건 아니고 비바람이 평소보다 조금 더 있는둥 마는둥 하다가 조용히 지나갔다. 생각보다 잠잠했던 덕분에 식사를 하러 레스토랑까지 갈 수 있었다. 울집 아저씨한테 감사. 다음날 토요일, 모임에 갔다가 생각도 못한 케익 받았다. (초 대충 꽂아준거라고 했다 ㅜㅜ) 생각해보면, 10년전 (만으로 27..
아까 낮에 밥먹고 동네 돌다가 앵두 비슷한걸 봤다. 빨간색이 유독 눈에 들어오는 조그만 열매가 탐스러워보였는데.. 자세히 보니까 앵두가 아니고 사과였다. 큰 사과의 SD버전!!이 나무 한가득 열려있는거였다. 내가 예쁘다! 예쁘다!! 하고 연신 외쳐대니 옆에 있던 울집 아저씨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한 뭉터기를 따줬다. 사과나무한텐 좀 미안했지만 아담하니 너무 귀여웠다. 이렇게 봐서는 이게 뭔지? 앵두? 조그만 과일? 뭐지? 싶을 것 같다. 이건 저기 위에 열매보다 조금 더 큰 버전. 이건 집동네 은행 근처에서 땄다. 아까 낮에 딴거보단 크고 제법 사과스럽다. 정말 작다. (울집 아저씨 손만 찬조 출연) 사과가 붉게 익은 모습을 보니 찬바람으로만 짐작이 되던 가을이 이제 정말 성큼 다가온걸 눈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