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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몽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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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나의 이야기

새치 염색 안하고 사는데 '용기'가 필요하다

sound4u 2019. 1. 28.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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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치 염색 안하고 사는데 '용기'가 필요하다

 

새치 염색 안하고 살면 이런저런 얘기 듣기 십상일텐데... 무엇보다 미장원 아줌마의 꾸사리를 먼저 버틸 수 있는 담대함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런 배짱과 담대함이 없어서 난 다른 미장원으로 도망갔다.


염색 안하게 됐다

임신 사실을 알고부터 미용실에는 커트만 하러 다녔다.
미장원은 맘편하게 동네미장원을 다니고 있었다. 미장원 아주머니는 수다스러운 분은 아니었지만, 말도 잘 들어주시고 조언도 종종 해주셨다. 애기엄마 선배로서..
커트 솜씨도 나쁘지 않아서 불만이 없었다.

그러던게 임신 후반부터 슬슬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임신 후반기니까 염색을 해도 괜찮다는거였다. 아니.. 저 괜찮은데요. 안할 수 있으면 그냥 버틸려구요. 했더니 심기가 불편하신듯 했다.


미장원에서 드디어 갈굼 당하다

애 낳고는 미장원 가는 것 자체도 버거웠다. 몇달에 한번 간신히 가서 머리만 후딱 자르고 왔다. 이제 염색하시죠. 은근히 볼때마다 물어보셨다. 모유수유 중이라서요. 유축해서 먹이는 중이라서요.
왜? 이런 구차한 변명을 해야 하는가?
그래도 꾹꾹 참고 다녔다.

그러다가 거의 애기가 돌이 됐을즈음에 결국 일이 터졌다. 아주머니가 또 염색 안하냐? 고 물었다. 그냥 제 머리색깔이 좋아서요. 일하러 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살려고요. 했더니 빡치신 것 같았다. 쌩... 찬바람이 불었다. 머리도 대충 자르다가 말아버렸다. 그땐 몰랐고 집에 와서 머리 감고 다음날 알게 됐다.

그날은 보조아주머니도 있어서 둘이 같이 갈궈댔다. 파마도 염색도 안하니까 머리결이 아직까지 좋은가봐요. 머리 말려주면서 뼈 있는 말을.. 냉냉한 분위기에서 쏘아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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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미장원 바꿨다

미장원 바꿨다.
호구 조사 안하고 말 안 시키는 곳으로.
대신 머리 자르는데 몇천원 더 내야 한다. 집에서 좀더 걸어가야 하는데 갈만 하다. 말 안 시키니까 맘도 편하다.
왜 염색 안하냐고 묻지도 않는다.


염색 안하고 살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일본에서는 염색 안한 은발머리가 유행이라던데... 외교부 장관님도 머리 염색 안하시지만.
염색 안하고 버티며 살려면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 머리 자르는데 돈이 더 들지만, 염색하면 돈이 몇배는 더 들기 때문에 그게 그거다.


아마 회사를 다니거나 사회 생활을 하는 상태라면 한소리 들을 수도 있겠다. 희끗거리는 새치 때문에.
그래도 염색 안하니까 좋다. 머리 감을때 물 빠지는 것도 싫고, 남들 눈치 보여서 염색하는건 더 싫다. 뿌리에 새치 드러나서 곧 미장원 가야겠네 생각 안해도 되고. 그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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