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몽의 하루
M여중 3학년 李賢珠(이현주) 사망 : 그때 사고 후 몇시간동안 의식이 없었다는 저, TV와 신문에 죽었다고 나왔대요. [얼룩소 갈무리] 본문
M여중 3학년 李賢珠(이현주) 사망 : 그때 사고 후 몇시간동안 의식이 없었다는 저, TV와 신문에 죽었다고 나왔대요. [얼룩소 갈무리]
sound4u 2025. 3. 20. 00:002022년 11월 15일
제목 : M여중 3학년 李賢珠(이현주) 사망 : 그때 사고 후 몇시간동안 의식이 없었다는 저, TV와 신문에 죽었다고 나왔대요.
까마득한 날의 사고와 그때 뉴스에 나왔다는 제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사실을 확인하고 정확히 보도하는 것이 어려운 일일 수도 있겠지만... 제발 기자님들도 용기! 용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까마득한, 그날의 사고 떠오릅니다.
바로 그날..
중학교 2학년 봄 백일장 갔다왔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1년 후,
중학교 3학년 봄 소풍 가서, 제가 그만 말발굽에 채이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두피가 찢어져 25바늘을 꿰매야 했습니다. 사고 당시 피를 아주 많이 쏟아냈다고 합니다.
제 사고 소식을 전해 듣고 병원으로 달려올 때 엄마는 어떤 상태였을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보지는 못했지만, 울부짖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울컥합니다.
머리를 꿰매고 병실에 누워있을 때, 제가 몇시간동안 의식이 없었다고 합니다. 하필 그때 기자들이 찾아왔고 병실 앞에서 거의 반쯤 정신이 나가있던 엄마에게 환자(저) 상태를 묻고 인터뷰를 시도했다더군요. 엄마는 너무 화가 나고 슬픈 상태여서, 많이 화를 내셨나봅니다. 남편 잃고 1년만에 큰 사고로 아이마저 잃을까 두려우셨을테죠. 제 정신인게 이상할겁니다.
그래서 기자분들이 제대로 취재를 못하고 가셨다고.. 당시 상황을 나중에, 옆에 다른 환자분과 보호자님들께 전해들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병문안 온 친구들에게 더 신기하고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뉴스랑 신문에 너 죽었다고 나왔어.
정말?
제 이름은 너무 흔한 이름이고, 하필 한자마저 너무 너무 흔합니다. 그 당시는 신문에 한자가 쓰이던 시기라..
같이 있다가 다친 친구는 '부상' 당했다고 나오고, 저는 죽었다고 나왔답니다. 친구들이 가져온 신문 보고 헉.. 하고 놀랐습니다.
TV뉴스에도 너 나왔어. 소풍갔던 M여중 3학년 학생들이 다쳤는데, 아무개는 많이 다쳤고, 李賢珠(이현주) 는 죽었다고 나왔어. 뭐? 진짜? 너무하다.
하긴 그때 상황이 상황인지라 취재하기 힘들었겠지. 그래도 나 이렇게 살아있는데 너무하다. 방송 탄건가? 그래도 그렇게 타긴 싫었는데...
취재하기 힘든 상황인건 이해가 가는데, 그러면 의료진한테 확인하면 되는거 아닌가? 싶어 몹시 서운했던 생각이 납니다.
그러면서, 뭔가 내가 매일 보는 뉴스나 신문의 기사들이 완전히 다 믿을만한게 아닐 수도 있구나 하는 약간의 불신이 생겼달까요. 그 전까지는 그대로 믿었습니다. 삐딱하거나 토를 다는 성격이 아니었는데, 진짠가? 하고 한번 더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30년도 훨씬 지난 과거의 일인데도 아직도 서운함이 남습니다. 한번 더 확인하고, 조금 더 용기내어 취재한 사실만을 그대로 전달하는건 여전히 어려운 일일까요?
분명, 그때나 지금이나 소신을 갖고 취재하는 용감한 기자분들이 계실껍니다. 제가 잘 몰라서 그렇죠. 조회수나 클릭수에 좌지우지 되거나, 입김에 영향 받는.. 그래서 욕을 먹는 경우 말고. 분명히 계실거라 믿습니다.
기자님들의 한걸음 더 나아가는 용기를
기대합니다.
덧.
뒷이야기 -
사고 후 2주 후에 퇴원했는데..
퇴원하고 조금 있다가 수원 법원에 출두하라고 했습니다. 당시 아직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엄마와 함께 법원에 갔습니다.
판사님이(검사님?) 사고 당시 사진을 보여주셨습니다. 처참했습니다. 피로 물든 보도블럭을 봤습니다. 사고 후에 모두 교체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물으셨습니다.
"사고를 낸 마부를 처벌할까요?"
네? 마부아저씨를요?
왜요?
"네/ 아니오로 대답하면 됩니다."
그래서 아니오 라고 답했습니다. 말을 몰던 아저씨 잘못은 아니죠. 사고가 날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을 예상하지 못하고, 사람과 마차가 함께 다니게 설계된 상태가 잘못인거 아닐까?
당시엔 길게 답을 하지 못했는데, 가끔 그때 사고 생각하면 드는 의문입니다.
원글 링크 :
https://alook.so/posts/jdt3zWP?utm_source=user-share_Dotdl1
M여중 3학년 李賢珠(이현주) 사망 : 그때 사고 후 몇시간동안 의식이 없었다는 저, TV와 신문에 죽
율무선생님 글 읽다보니, 까마득한 날의 사고와 그때 뉴스에 나왔다는 제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사실을 확인하고 정확히 보도하는 것이 어려운 일일 수도 있겠지만... 제발 기자님들도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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