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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몽의 하루

출퇴근이 없는 전업주부는, 가끔 도서관에 갑니다. [얼룩소 갈무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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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이 없는 전업주부는, 가끔 도서관에 갑니다. [얼룩소 갈무리]

sound4u 2025. 3. 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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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12일




제목 : 출퇴근이 없는 전업주부는, 가끔 도서관에 갑니다.

전업주부인 저는 집이 직장입니다. 잠시 외출 겸 볼일을 보고, 집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출근을 합니다. 퇴근은 없습니다.



전업주부인 저의 직장은 '집'입니다.
출근은 어쨌든 할 수 있는데, 퇴근은 없습니다.

 

유치원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일부러 동네 주변을 돌다옵니다. 운 좋은 날에는 이렇게 멋진 풍경도 볼 수 있습니다. 눈이 살짝 온 날 아침 사진입니다. ⓒ청자몽


전업주부 육아맘인 저의 직장은 '집'입니다. 누군가에게 집은 쉴 곳이며 휴식의 공간이겠지만, 저에게는 직장이기도 합니다. 집이 제 일터라는 생각을 따로 하지 않았었는데, 역시 아이 덕분에 집이 내 일터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6살인 딸아이가 좋아하는 동요 중에 "참 좋은 말"이라는 동요가 있는데, 가사를 보면 다음과 같은 부분이 나옵니다.


사랑해요 이 한마디 참 좋은 말
엄마 아빠 일터 갈 때 주고 받는 말

- 동요 "참 좋은 말" 중에서..



어느날 무심히 듣고 있던 딸이 물었습니다. 아빠는 회사가 일터라는데, 그러면 엄마의 일터는 어디냐구요. 엄마 일터? 아..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집이 일터군요.
그러고보니 집이 제 일터이며 직장이었는데, 별로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엄마 일터는 집이야. 여기."라고 답했습니다. 일터 맞잖아요.

문제는 일터인데, 일 끝나고 퇴근해서 갈 곳이 없네요. 아니구나 퇴근이 없구나 싶었습니다.

이후로는 일단 출근하는 기분을 좀 내보자 싶어서, 아이를 데려다주고 동네 한바퀴든, 반바퀴든 살짝 돌고 들어옵니다. 저도 집으로 출근을 합니다. 많이 춥고, 비가 쏟아지고, 먼지가 많은 날에도 꼬박꼬박 단 몇 분이라도 나가있다가 돌아오려고 합니다. 내가 왜 이렇게 자꾸 나가있다가 오려고 하는걸까? 고민한 적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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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살아온 공간에 상처가 있다고 해요.
집에 제일 상처가 많아서, 떠나고 싶은가 봅니다.

 

tvN <알쓸신잡3> 화면 캡쳐 (이미지 출처 : 내 블로그 글 화면 캡처)


전에 tvN <알쓸신잡3>에서 왜 호캉스가 인기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김영하 작가님(자주 인용하게 되네요)이 '우리가 오래 살아온 공간에 상처가 있다'는 어느 작가님의 에세이 문구를 말씀해주셨는데, 듣다가 공감이 되더라구요.

오래 머물다보니 이러저러한 일도 많고, 그 공간에서 견디어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그런가봅니다. 그래서 틈만 나면 살짝씩 떠나고 싶은가 봅니다.

그래도 집안일을 주로 해야하는 저는, 어디 갔다가도 할 일들 있어서 후다닥 들어와야 하는 사명이 있습니다.

언제부턴가는(얼마 안 됐습니다) 집안일도 잘 해보자까진 아니고, 그냥 어차피 평생 할 일인데 너무 싫어하지는 말자는 사명감 같은 것도 생겼어요. 부업이나 혹시 나중에 취업 같은걸 하더라도 집안일은 평생 해야하는 일이더라구요. 그러니까 이왕 할거 너무 미워하지 말자, 그리고 하찮게 여기지는 말자는 쪽으로 결론을 지었어요.

그래서 즐겁게 집으로 출근을 합니다. 이왕하는 일이면 좋은 마음으로 하자는 주의입니다. 그러면 마음도 훨씬 가벼워져요. 억울해 하지 말고, 내가 선택한 일이기도 하니까 받아드리기로 합니다.





요새는 가끔 도서관에 갑니다.
책 대여나 반납도 하고, 덕분에 콧바람도 쐽니다.

 

좋은 도서관에는 까페도 멋지더라구요. 왠만한 좋은 찻집 안 부럽습니다. ⓒ청자몽

아이 책을 종종 몇권씩 사주었습니다. 그러다가 그것도 돈이고, 사교육비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부터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옵니다. 아이 책 빌리러 가서, 제 책도 빌려옵니다.

책 대여하고 반납하러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도서관도 좋은 쉼의 공간이더라구요. 간 김에 커피랑 간식도 먹고 옵니다. 좋은 도서관에 있는 까페는 왠만한 좋은 커피집 하나도 부럽지 않더라구요. 어떨 때는 일부러 간식만 먹으러 가기도 합니다.

퇴근없이 출근만 있는 삶이지만, 가끔 좋은 이런 좋은 마실도 합니다. 책 다 못 읽어도 앞에 목차나 머릿말만 보고 갖다줘도 안 읽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요. 조금씩 읽는 양을 늘려가다보면 점점 더 잘 읽을 수 있으리란 희망도 가져봅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봅니다. 이렇게 살다가, 언젠가 또 다른 환경에서 살 수도 있고 해서요. 잘 살아봅니다.




원글 링크 :
https://alook.so/posts/KmtBZ0d?utm_source=user-share_Dotdl1

 

출퇴근이 없는 전업주부는, 가끔 도서관에 갑니다. by 청자몽 - 얼룩소 alookso

전에 bookmaniac님이 쓰셨던 글에 이어봅니다. 전업주부인 저는 집이 직장입니다. 잠시 외출 겸 볼일을 보고, 집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출근을 합니다. 퇴근은 없습니다. 전업주부인 저의 직장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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