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몽의 하루
<시, 그게 뭐야?>라는 그림책을 읽었어요. [얼룩소 갈무리] 본문
2024년 1월 6일
제목 : <시, 그게 뭐야?>라는 그림책을 읽었어요.
아이는 책표지조차 열어보지 않던, 엄마만 관심있어하는 그림책. 아이야.. 시는 굉장한거란다! 시는 말야. 이게 뭐다!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생물'이야.
그러고보니 분류코드도 유아용이 아니었다
<시, 그게 뭐야?>
![](https://blog.kakaocdn.net/dn/btv9WB/btsLEIsnE17/NCZFW9XmyLlP35Ro8b7cT1/tfile.jpg)
언제부턴가 잔꾀가 늘어서, 아이 책 빌리러 도서관에 가면 신작코너를 먼저 어슬렁거린다. 기발하고 재미난 새책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거 뭐지? 하고 냅다 빌려왔는데, 알고보니 유아용이 아닌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책은 아이가 귀신같이 알아채고 책표지도 열어보지 않는다. 이 멋진 책도 그랬다.
제목에 홀려 빌려왔는데, 아기자기한 그림체에 꽂혀있는 아이는 손도 대지 않았다. 에고.. 나라도 잘 읽어야겠다 싶어 꼼꼼히 두어번 읽었다. 그림책이 좋은건 우선 그림이 많고, 글이 얼마 되지 않아 한권을 다 보는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읽다보니 행간에 많은 이야기가 숨겨진 책도 있어 여운이 남기도 한다. 이 책처럼...
"시는
언제 보내도
결코 늦지 않는 편지"
"시라는 넓은 벽 위에
우리는 무엇이든 그릴 수 있어
우리가 바라는 건 무엇이든
삐쭉삐쭉
삐뚤빼뚤
마음껏 색칠해도 돼"
작년 여름에 출판된 따끈따끈한 책이었다.
어린이들에게 시에 대해 설명해주기 위해 썼다는데.. 생각엔 시를 접해본 어른들이 읽어야 할 것 같다. 읽다보면 시가 뭐다라는 정의가 내려지지 않는다.
시는 잡힐듯 말듯 아른거리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무엇이다. 라고 느껴졌다. 천천히 그림 보면서 생각할수록 더욱 아득히 멀어졌다. 그렇지. 시란게 사실 딱 이거다 정의하기 어려운거다. 그래서 산문에 익숙한 나에게는 익숙치 않은 장르다.
시, 그게 (도대체) 뭐야?
어쩌면 시란건 그냥 느끼면 되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여러갈래의 해석이 가능한 글. 길이는 자유다. 길수도 있고 짧을 수도 있다. 주로 짧고 간결한 형태에 익숙해 있지만.. 장문시나 산문시도 있다. 파격적인 스타일의 시도 있다.
곡조에 얹어져 노래로 불리는 경우, 더 가깝게 느껴진다. 어떤 노래가사는 시보다 더 시 같다. 어떻게 저런 가사를 썼을까? 작사가가 아니라 시인일세. 무릎을 치게 하는 노래도 종종 라디오에서 만난다.
시를 늦게 알았다.
국문학 전공자인데.. 점수 맞춰 간 나는, 뭐든지 다 어렵고 힘들며 지루했다. 그 중에 제일 힘든 시간이 '현대시의 이해' 시간이었다. 하필 전공 필수 과목이었다. 그래서 피할 곳도 없었다. 뭘 알아야 느끼든가 말든가 하지.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듣고, 쥐어짜서 과제용 시를 2편 써서 냈다. 죄책감이 들었다. 이것이 과연 무엇인가. 시라고 쓴 잡문이었다. 해석하기 쉬워보이는, 나름 정성을 들여 쓴 시는 박살이 났다. 내 그럴 줄 알았어.
대신 내가 봐도 해석이 안 되는 느낌 나열의 정체 불명의 글은 3초동안 침묵 후 '해석 불가' 평가를 받았다. 와!! 같이 듣던 동기들의 환호를 받았다. 시화전에서 그 시 옆에 가* 초콜렛을 많이 붙여줬다. 이게 그 시야? 하며 키득거리는 이들도 있었다.
그 시는 전설이 됐지만, 애석하게도 복기가 안 된다. 뭐라고 썼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구절은 생각나지 않고 느낌만 남았다. 그래서 그 시는 진짜 전설이 됐다.
다만 그때 알았다.
시는 '느낌'이구나.
시는 어떤 모양새를 띄는게 아니라, 내가 느낀 어떤 찰나의 순간을 담아내는 그릇이구나.
뒤늦게 가닥을 잡을 수 있었다.
해석 불가 판정 이후 '시'라는 글자를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큰 수확이었다. 그때부터 시를 읽을 때, 좀 진지한 자세로 천천히 속으로 한문장씩 읽어보게 됐다. 그런데 읽어만 본다.
시를 쓰는건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대신 한줄씩 읽으며, 잠시 생각을 한다. 와.. 멋지다. 정말..
그리고 더 멋진건..
어제 읽었을 때와 오늘 읽을 때, 그리고 며칠 뒤에 읽을 때는 각각 다른 느낌일 수 있다. 같은 시가 다르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모든 문학작품이 그러하겠지만..
시는 특히나 더 그랬다.
그래서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원글 링크 :
https://alook.so/posts/w9tyLPP?utm_source=user-share_Dotdl1
<시, 그게 뭐야?>라는 그림책을 읽었어요. by 청자몽 - 얼룩소 alookso
아이는 책표지조차 열어보지 않던, 엄마만 관심있어하는 그림책. 아이야.. 시는 굉장한거란다! 시는 말야. 이게 뭐다!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생물'이야. 그러고보니 분류코드도 유아용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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