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몽의 하루
간밤에 비만 내린게 아니었나부다. 비 내리는 소리만 듣다가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자동차 유리창에 내린 눈이 빗물에 얼어붙어있었다. 히터 켜서 유리창 녹이면서.. 첫눈이라는게 알게모르게 내려버린거구나. 싶었다.
종일 흐린 하늘이더니만, 축축하게시리 비가 온다. 이쪽 방에선 젖은 아스팔트를 싱싱 달리는 차소리가 들리고, 저쪽 방으로 가면 흙바닥에 빗줄기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난 예전에 언젠가 큰아버지댁에 갔을때 흙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신기하기만 했다. 맨날 시멘트 바닥이나 아스팔트 바닥에 떨어지는 빗소리만 듣다가 그런 소리를 들으니 뭐가 달라도 좀 달랐거든. 흔치 않은 소리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비만 오면 맘만 먹으면, 귀만 기울이면 들을 수 있는 그런 소리가 됐다. 비가 .. 겨울 재촉하는 비가 내린다.
그러니까 딱히 드라마를 챙겨보는 편이 아니었던 내가, 이 드라마를 보게된건 정말 우연이었다. Youtube에 올라온 10분짜리를 보게 됐다. 주인공으로 보이는, 남장여자가 활쏘기 대회를 힘겹게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잘 안되는가보다 싶었는데, 스승인듯한 사람에게 가서 무릎꿇고 기회를 달라고 빌었다. "한번만 기회를 주세요" 단호한 선생의 말에도 굴하지 않고 눈물을 글썽이며 애원하는 모습.. 그걸 보다가 문득 나의 예전 모습이 떠올라서 그만 빙의되고 말았다. 나도 한 5년전에 하늘에 대고 "제발 한번만 더.. 한심하고 미약한 내게 기회를, 제발 기회를 주세요" 라고 간절히 울면서 무릎꿇고 바랬던 적이 있었는데, 그만 그때가 생각나버렸다. 그때 난 정말 간절히, 모든게 뭉개져버린 내 삶에 또 한번의 기회가 찾..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나뭇잎 색이 너무 예뻐서 찍었던 사진. 며칠 비바람에 이젠 이런 잎도 별로 남지 않았다. 실제론 더 예뻤는데.. 역시 사람눈으로 보는게 제일 예쁜듯.
온도계는 그래도 11도(50F 정도)라고 나오는데 겨울이 가까워서 그런지 온도계의 온도보다 훨씬 춥게 느껴진다. 냉냉한데 비까지 추적추적.. 처량맞기 그지없다. 계절도 바뀌고 하여 스킨도 바꿔볼까 시도해봤는데 뭘해도 맘에 들지 않고 --; 겨우 바꾼게 지금 모습이다. 디자인이라는게 쉽지 않은거 같다. 매일 똑같은 하루인거 같은데도 가만 생각해보면 다 똑같아 보이는 사진들 여러개 나열해놓고 '다른 모양 찾기'하는거처럼 조금씩 다른 모양새인 하루를 보낸다. 오늘따라 바닥에 나뭇잎도 무수히 많이 널부러져있다. 비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떨어졌는가보다. 앙상한 겨울이 코앞이다. 추위에 익숙해져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