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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몽의 하루
카톡 프로필 사진을 5년만에 바꿨다. 2012년 카톡을 처음 시작하고 세팅한 사진과 배경사진이었다. 그때 설정하곤 한번도 바꾸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기 낳고 나도 다른 부모들처럼 아기 사진으로 바꿔봐야겠다 싶었다. 바꿀까 말까 하다가 바꿨는데 결과적으로는 바꾸길 잘한거 같다. 오랜만에 카톡사진 보고 연락이 오고 있다. 카톡 플필 사진 많이들 보는구나. 하긴 나도 가끔 사람들 사진을 보긴 한다. 카카오스토리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플필 사진은 가끔 바꿔봐야겠다.
지난주부터 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 몸이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음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어제는 오랜만에 공기도 맑고 낮엔 영상에 가까운 포근한 날이었다. 지저분한 전선줄, 즐비한 아파트 건물. 딱히 아름다운 풍경은 아니어도 좋았다. 하늘도 공기도 바람도... 남의 도움없이는(아기를 놔두고) 바깥 외출하는거 자체가 어려운 2개월 아기 엄마라 그런지, 별 볼일 없는 평범한 바깥 모습도 좋다. 특히 어제는 공기까지 좋으니 하늘이 더 파랗게 보였다.
지난주 한의원 가는 길에 까페에서 대추차를 한잔 주문했다. 종로까지 갔으니, 거의 두달만에 아주 먼 나들이를 한 셈이다. 제일 힘들다는 1~2개월 아기를 돌보고 있어서 그런지 쉽지가 않다. 한밤중에 일어나 아기에게 우유 주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달래서 재우고... 해보지 않은 일들. 엄마가 되는건 보통일이 아니구나 싶다.
2018년 새해가 밝았다. 이제부터는 2018이라는 년도에 친해져야겠다. 조리원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온지 일주일이 넘어간다. 아기가 태어난 후로 생활 자체가 바뀌었다. 정신 없고 계속 피곤하고. 이래서 비슷하고 바빴던 조리원이 천국이었다고 하나보다. 꼭 생활 자체가 분주해서라기 보다는.. 뭔지 모르게 무기력하고 지친다. 얼마간은 아기 돌보는데 도움을 받을거라 괜찮은데, 그래도 지친다. 피로감이 한동안 있을거 같다.
원래 그런 줄 알았지만... 떠날 때 되어가니 정이 든다. 지금 머물고 있는 방도, 매일 보는 사람들도. 은근히 바쁜 일정도. 바깥과 차단되어 있는 공간도.. 처음엔 그렇게 답답하고 낯설고. 괜히 사람들이 버겁고, 심지어는 미운 사람도 있었는데. 한 3주쯤 되니까 모든게 익숙해지고 이해도 간다. 그러고보니 익숙해질만하니까 떠날 판이다. 난 참 늦게 정이 드나보다.
2017년 12월 18일. 오늘은 원래 출산예정일이었다. 임신을 확인한 4월부터 거의 8개월 가량 매번 이야기해서 친숙했던, 바로 그 출산 예정일이다. 아기는 그보다 3주 일찍 태어났다.
어제 밤에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가득차서 분노하다가 잠이 들었다. 그 다음날 아침 혈압계를 재니 역시 높게 나왔다. 마음과 몸이 같이 움직이나보다.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마음 관리를 잘해야 할텐데. 왜 이렇게 미움이 꽉 차 있을까? 반성이 됐다. 숨 한번 크게 쉬고, 물도 마시고. 귀여운 것도 보면서 마음을 다스려 본다.
2주째 비슷하면서 바쁜 일상을 살고 있다. 생각보다 여유가 없다. 근데 문제는 앞으로는 더 여유가 없을 것 같다는 점이다. 뭘 해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다가 곧 생각이 공중으로 날아가버린다. 그래도 흐르는대로 살지 말고, 짬내서라도 정신을 차려보자 싶다. 흐르는대로 살지 말고, 살고자 하는대로 흘러가자.
낙엽이 곱게 물들던 10월말에 들어왔는데, 어느덧 크리스마스 트리나 장식이 눈에 익숙해지는 12월이 됐다. 그것도 일주일이나 더 된.. 어느새 중순을 향해 가는 즈음이다. 병실에서 나와 조리원으로 들어와서도 일주일이 지나간다. 처음엔 그렇게 답답하더니 이곳 생활도 곧 익숙해져셔 답답함이 덜 하다. 병원 건물에서만 40일 넘게 생활하고 있다. 식사 외에 짬짬히 나오는 오늘의 간식을 기대하며 하루를 보낸다. 오직 내 건강과 회복만 생각하며... 이래서 조리원이 천국이라고 하는가보다. 아기 모유수유를 적극적으로 하고 돌보기를 자주 해야 하지만, 아직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혈압이 신경쓰여서 그냥 이것저것 다 접어두고 나만 바라보고 있다. 지금이 지나면 이럴 수도 없을텐데 하면서. 짬짬히 나는 틈새 시간들을 잘..
어느새 12월이 됐다. 오늘은 밖에 눈도 오는 것 같던데... 안에만 있어서 바깥 날씨감을 잊어버렸다. 실내 장식들 보며 연말이 가까워졌음을 느낀다.
생소하고 낯설고 아프고 정신없는 며칠을 보내고 있다. 진짜 짬낼 수 없다는게 이런거구나..를 경험했다. 모든 것들이 마무리되고 나면 딱 11시반 정도 된다. 예전엔 어떻게 밤 9시나 10시에 잘 수 있었는지.. 그게 며칠 전 일인데, 아득하기만 하다. 앞으론 더더더더 바빠질텐데. 한달하고 일주일을 병원에서 보낸다. 앞으로 2주 더 보내야 집에 갈 수 있을텐데. 이렇게 긴 시간을 병원에서 보낼 줄이야.
겨울이 됐다. 좋은 가을이 짧은데다가 병원에서 한달을 보내고 나니, 곧 12월이다. 노란 잎 한창일때 담아놓았던 사진을 차례로 늘어놓고 본다. 가을은 참 이뻐서 좋은데, 왜 그렇게 짧을까? 아쉽다. 내년 가을을 기약하며...
이번 주말엔 집에 오지 못하고 꼼짝없이 병원에 있어야겠구나 했는데, 뜻밖에도 외출을 허락 받았다. 몸 상태가 괜찮아지고, 수치가 좋아진 것도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기적이다. 이제 진짜 마지막 외출이다 싶다. 병실 유리문 밖을 나와 퇴원 수속을 하고, 입구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발견하고는 울컥했다. 이야... 그래도 트리를 보는구나. 토요일날 집 근처 음식점에서 밥을 먹는데, 크리스마스 캐롤 나오는거다. 캐롤도 들려줄 수 있어서 좋았다. 막상 크리스마스 당일에 느끼는 감정보다는, 12월에 들어서면서 트리나 캐롤은 보거나 들을 때 느끼는 두근거림이 더 좋다. 그래도 무사히 한달을 보냈구나!
한달간 병원 생활 병원 입원해서 한달을 갇혀 지냈다. 운이 좋아 주말마다 잠깐씩 외출(퇴원 -> 다시 입원)을 할 수 있었어도 4주간 병원에서 온전히 보내야했다. 한달간 병원생활이 유쾌하고 즐겁기만 한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매끼니마다 영양사님이 계산해서 해주신 음식으로 골고루 먹을 수 있었던건 좋았다. 몸이 나아지면서 저염식의 위력과 이른 잠자리(10시에는 자야함)에 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됐다. 인간에 대해,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던 것도 좋았다. 물론 병실의 다른 환자들이나 면회객들이 밉고 싫어져 환멸을 느꼈던 건 안 좋은 일이었지만.. 화나는 일도 많았다. 원래 '계획'이라는건 깨지라고 있는건지도 모르겠지만, 11월에 해야지 하고 계획했던 일은 고이 접어두고 다른..
4번째 입원하면서 자리를 옮겼다. 창문이 보이는 자리라 좋다. 비록 투명 비닐로 창문 자체가 봉해져 있어 활짝 여는건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창문이 보이는 자체로도 행복하다. 해가 떴는지 지는지, 구름 끼어서 어두운 날인지 아닌지 그런걸 안다는게 사람의 기분을 좌지우지 한다는걸 알았다. 창문 근처라 그래도 3주째 지냈던 자리보다 훨씬 시원하고 쾌적하다. 점심 무렵에 해가 잠깐 들다가 금새 사라져 버렸다. 신기루처럼... 겨울 해라 짧기도 하겠지만 오늘 워낙 날씨가 흐린 탓도 있는 모양이다. 창가에 해가 들 무렵에는 그저 바라 보기만해도 좋았다.
금요일 퇴원해서 이틀 잘 쉬고, 일요일 다시 입원했다. 토요일과 일요일 영하에 추위를 경험했다. 마지막 외출이라 그런지 영하권 추위도 좋기만 했다. 다행이 미세먼지도 없고. 볕 쪼이며 좋아라 하다가 들어왔다. 다시 병실 와보니, 주말 사이 환자가 꽉 들어차 있었다. 그래서 3주간 지낸 자리 말고 다른 자리로 들어왔다. 남들보다 한달 정도 일찍 병원생활을 경험한거라 생각하고 잘 지낼 생각이다. 자유와 시간의 소중함을 곱씹어 볼 기회로 여기며... 좋든 나쁘든 지나고 보면 피와 살이 되는 경험이 될테니..
일요일처럼 느껴지는 토요일 오후. 아직 낙엽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었다. 바람은 찬데 볕이 좋아서, 잎이 더 노랑노랑하게 보였다. 이제 몇개 남지 않은 잎이, 그래서 더 찬란하게 보였다. 땅바닥을 뒹구는 잎도 예뻐보이는, 외출 마지막 날의 오후였다. 아쉽지만 그래도 좋았다. 외출 나오면 맨날 샐러드만 먹다가, 밥이 들어간 샐러드를 주문해서 잘 뒤적거리며 먹었다. 저번에 영양사님께 듣기로, 저염식을 먹어야 하는 나는 의외로 된장과 고추장이 맨 소금보다 더 먹을 수 있다는거다. 그래서 된장 소스라 맘 놓고 적당히 뒤적거리며 먹었다. (소금 1g은 작은 티스푼으로 앞에 조금/ 간장은 소금보다 많지만 반도 못 되게/ 된장과 고추장은 반 정도 넣을 수 있다고) 바깥 세상엔 밥도 맛있다. 마지막 외출의 여유는 이렇게..
목요일~금요일 새벽까지 한 여러가지 검사들 중에 한가지만 빼놓고, 검사결과가 괜찮아서 외출을 어렵사리 허락받았다. 사실 외출이 아니고 잠시 퇴원했다가 다시 입원하는거지만.. 그래도 바깥 세상 공기를 단 이틀만이라도 쐴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흐린 회색 구름 자욱한 우중충한 날씨라도 좋았다. 일주일만에 나오니 바깥 세상에 매연 냄새가 더 지독하게 코를 자극한다. 공기도 썩 좋은거 같지 않고. 그래도.. 그래도 좋았다. 내 마음대로 걸을 수 있는 자유가 이렇게 소중한 것이라니.. 코끝이 다 찡하다. 많이 추워졌다지만, 아직 본격적인 추위는 아닌 모양이다. 다행이 은행나뭇잎이 다 떨어지지 않은채로 매달려 있었다. 10분쯤 그 자리에 서서 사람 얼굴 안 나오게 열심히 찍었다. 사람 얼굴 안 나오게 찍는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