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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몽의 하루

초보 연주자, 취미형 연주자 : 과정을 즐겨요. [얼룩소 갈무리] 본문

얼룩소갈무리

초보 연주자, 취미형 연주자 : 과정을 즐겨요. [얼룩소 갈무리]

sound4u 2025. 2.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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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28일




제목 : 초보 연주자, 취미형 연주자 : 과정을 즐겨요.

하하.. 그나저나 이렇게 계속 해도 괜찮은걸까?를 생각하다가, 이제 막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와 취미형으로 아무거나 막 치는 나에 대해 써보기로 했다. 쓰다보면 풀리기도 하니까..



초보 연주자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서 치고 있다. ⓒ청자몽


아이는 이 동네로 이사와서, 피아노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학원이라는 곳을 처음 가게 됐다. 그러니까 만 6세 인생 첫 학원인셈이다. 생일도 늦고, 작은 체구의 아이라 손도 작아서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보냈다.

학원은 학교 근처에 있다. 학원차가 다니지 않는 작은 학원이다. 처음에는 내 시간을 벌어볼겸 학원차가 다니는 곳에 보낼까 하다가, 그냥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가까운 곳을 다니기로 했다.

피아노 치는 것도 배우고, 계이름도 스티커 붙이기하며 배우는 모양이다. 같은 유치원 다니는 친구나 동생도 만나고, 예뻐해주는 언니도 만나는 것 같았다. 피아노 학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준다.

내가 치던 전자 피아노를 아이방에 놓아주었다. 작은 손으로 뭔가를 친다. 소리 크니까 볼륨을 3으로 하고 치라고 했더니, 전원 켜서 볼륨도 줄여놓고 친다. 조그만 손가락으로 뭔가 누르며 소리를 만들어내는게 신기하고 기특하다.

다음달 중순에 학원생들 연주회에 참여해보는게 어떻겠냐고 하셨다. 이제 다닌지 한달반 됐는데요? '곰 세마리'를 선생님과 같이 연주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반주도 맞춰보셨다고 하셨다.

아이는 할 수 있다고 했는데, 나는 갸우뚱하고 남편은 반대를 해서 내년에 참가한다고 했다. 6개월 아니 석달만 됐어도 한번 해보자고 했을텐데.. 아무리 봐도 무리였다. 한번 해봐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지만, 아무래도 그랬다.

연주회니 대회니 그런거 안해도 되니까, 그냥  즐겁게 다녔으면 좋겠다. 하다가 힘들면 그만해도 되고. 엄청 열심히 치지 않아도 된다. 엄마 마음이 그렇다. 그냥 자기가 만드는 소리를 즐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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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형 연주자


피아노 과정을 정식으로 배운건 딱 1년 정도였다. 아주 오래 전이라, 정확하지 않지만 대충 그 정도 다닌 것 같다. 초등학교 1학년 무렵이었던 것 같다. 바이엘 하권까지 치고, 체르니 막 넘어갈 무렵 그만뒀다.

언니가 다니니까 나도 다닌건지, 엄마가 가라고 해서 갔는지... 둘다였을지도 모른다. 피아노 치는게 재밌고 좋고 그런건 아니었다. 오히려 거기가서 노는게 좋았다. 정식 학원이 아니고 가정집에서 피아노 전공하신 선생님이 가르치는 곳이었다.

가정집이다보니, 앞마당도 있고 놀기도 좋았다. 내 순서 기다리며 만화책 보는게 좋았다. 언니들이나 또래들이랑 함께 먹는 불량식품이 맛있었다. 난로 위에 구운 쫀득이를 나눠먹으며 희안한 맛이다 했다.

마당에 핀 사루비아 꽃잎을 떼서 먹기도 하고, 고무줄 놀이나 공기 놀이도 했다. 정작 피아노는 뭘 쳤는지 그런건 생각이 안 나고, 놀면서 재밌었던 것만 기억난다. 그래서 피아노(학원)는 재미있다라고 인식하게 되었나보다.

집에 피아노가 방에 있어서 가끔 조금씩 쳤다. 잘 치지 못하지만, 학교 앞에서 파는 누런색 악보(가요나 영화음악 ost 편곡한) 사다가 생각날 때 치곤했다.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에는 할게 별로 없었다. 그래서 가끔 뚱땅거리는 피아노가 나름 좋았다.

악보 보고 치는걸 잘 못하다보니, 그냥 생각나는대로 아무거나 쳤다. 기억나는대로 대충 아무거나 치고 좋다. 그러는 취미형 연주자(?)였다.

10여년전에 회사 그만두고, 뭘할까? 고민하다가 문득 집앞에 피아노 학원에 갔다. 한 두달 정도 '반주'를 배웠다. 특별히 뭘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던게 아니다. 그냥 배워봐야지 하고 갔다. 그때도 피아노 학원 자체 연주회가 있으니, 참가해볼래요? 하셨다. 에이.. 제가요? 어떻게요? 하며 손사레를 쳤다.

목적없이 배우던 피아노도 결국, 손가락 관절염이 도지는 바람에 그만뒀다. 그렇게 피아노 배우기를 그만두고, 전자 피아노를 사서 조립(피아노 다리랑 의자)했다. 생각날 때마다 종종 치다가 그만두고 모셔놓았던걸, 이제 아이가 치기 시작했다.

올봄에 열린 광장 같은 곳에 놓여진 피아노 앞에서 기다렸다가 몇곡 생각나는대로 쳤다. 뒤에서 지켜보던 아이가 엄청 좋아했다. 머슥했다. 아무거나 막 친건데.. 물개박수를 치며 멋지다 멋지다 했다. 엉터리 취미 연주자여도 누군가 진심으로 환호해주니 뿌듯했다.



이렇게 계속 해도 될까요?


역시.. 쓰다보니 맺혔던게 풀리면서 머리 속이 정리된다. 어쩌면 나만 속상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다들 이제 그러려니 하는지도 모르겠다. 우선 애초에 생각했던 제목부터 수정했다.

나는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다. 그랬던 것 같다. 내가 뭘해보겠다고 그랬던게 아닌데, 어느 순간에는 결과'만' 보이고 결과 때문에 속상했던 것 같다.

누가 초대해서 시작한 사람과 그냥 시작한 사람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과정 중에 상처를 받더라도.. 아니 상처를 받아도, 그래도 과정 자체가 즐거우니 된거다.

머리 속 꼬인 실타래와 마음에 앉은 앙금을 잘 털어버리고, 엉터리 취미형 연주자로서 내가 만들어내는 소리를 즐기기로 했다. 누군가 멋지다고 해주고, 현실세계에서 받을 일 없는 칭찬을 받으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잊고 있었는데,
나는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과정을 즐겁게 지켜보며 응원하는 멋진 엄마가 되고 싶다. 그래도, '꾸준한 사람'이 되기로 다시 한번 결심했다.



원글 링크 :
https://alook.so/posts/bWtdnEd?utm_source=user-share_Dotdl1

초보 연주자, 취미형 연주자 : 과정을 즐겨요. by 청자몽 - 얼룩소 alookso

하하.. 그나저나 이렇게 계속 해도 괜찮은걸까?를 생각하다가, 이제 막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와 취미형으로 아무거나 막 치는 나에 대해 써보기로 했다. 쓰다보면 풀리기도 하니까.. 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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