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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몽
드디어 분수가 나온다. 작년 여름 아가가 참 재미나게 놀았던 바로 그 분수다. 여름이 온거다.
저녁 먹고 환기하느라 열어두었던 창문을 닫다가 노을을 보았다. 아파트 건물 숲 사이로 삐죽이 비치는 벌건 해. 수고했어. 오늘도...
덥다 춥다를 반복하다가 4월이 끝나간다. 이틀 남았다. 새로 돋은 나뭇잎이 눈에 훅 들어오는.. 세상이 온통 초록빛이다.
빨갛고, 분홍분홍하고, 하얗게... 세상을 알록달록 물들이는 철쭉철이 돌아왔다. 가지런히 듬뿍 핀 꽃이 참 탐스럽기도 하다. 17개월 꼬마 눈에도 신기한 모양이다. 얘는 태어나서 철쭉을 처음봤다.
한참 예뻤던 벚꽃 구경을 한지 일주일이 지나서 옆동네 아파트에 갔다. 어느새 꽃이 다 져버리고 녹색 푸른 세상이 됐다. 환하게 예뻤었는데... 꽃이 지고나니 마법이 사라진 것 같았다. 뭔가 아쉽다. 하면서 지나갔다. 원래 목련이 먼저 피고 벚꽃이 그 다음에 피었는데, 올해는 벚꽃이 먼저 피고 진 다음 목련이 피었다. 지각인건가.
안양천에 갔다. 벚꽃구경 하기엔 역시 너무 늦었다. 지난주에 참 예뻤을텐데... 할 수 없지 했다. 그래도 좋았다. 잠깐 동안.. 남아 있는 꽃 보는 것도 좋았다. 실은 이 날 더워서 꽃길 걸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볕이 이렇게 따갑다니.. 하면서 나무 그늘에 잠깐 서 있었다. 널리 펼쳐진 유채꽃이 눈에 확 들어왔다. 졸졸졸 소리도 시원한 개천이었다. 겨울 건너 여름인건가? 싶은 날이었다.
지난주 한창 예뻤을 벚꽃. 한참 좋을 때를 지나서 이제 꽃잎 떨구고 있었다. 길 가다보면 벚꽃 비가 내렸다. 그런데도 예뻤다. 지는 꽃도 아름답다는걸 알았다. 지금도 이런데, 진짜 예쁠 때는 얼마나 예뻤을까? 가 궁금하다. 내년에 만나요.
매해 '벚꽃 엔딩'은 똑같다. 어느 순간 와.. 하고 핀다. 주중에 꽃보면서 이번 주말에는 꽃구경 가야지 하고 결심하면 어김없이 주말에 비바람이 몰아친다. 꽃이 덜 피어 쓸쓸하거나, 비바람에 너무 춥거나 할때 꽃축제가 열린다. 늘 이 패턴이다. 그래서 꽃이 적당히 피었을 때 구경하거나, 조금 아쉽지만 떨어진 다음에 구경하게 되거나 그렇다.
병원 가는 길에 중간에 샜다. 꽃봄을 이렇게 보내버리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 옆동네 아파트 단지를 돌았다. 꽃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예뻤다. 야호! 벚꽃 그늘이라니... 근사하다. 감탄에 또 감탄을 했다. 꽃구경을 꼭 멀리가야 되는건 아니니까. 옆동네 아파트 단지가 이렇게 근사한줄 몰랐다. 하늘색도 이쁘고 정말 최고였다. 바람에 흩날리던 꽃잎도 멋있었다. 바닥에 뒹굴던 꽃잎도. 구경 정말 잘했다.
